잉글랜드 출신 앤서니 테일러 심판이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한국과 가나의 경기에서 한국팀의 코너킥 기회 직전에 경기 종료 휘슬을 불어 선수들과 감독의 항의가 나온 가운데, 잉글랜드 출신 동료 심판이 해당 상황에 대해 ‘추악한 장면’이라고 비판했다.
4일(현지시각) 영국 매체 익스프레스는 지난달 28일 열린 한국과 가나의 조별리그에서 앤서니 테일러(44) 주심의 경기 종료 판정을 둘러싼 논란을 조명하며 잉글랜드 출신 마크 클래튼버그(47) 심판의 평가를 전했다. 클래튼버그는 과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대표 심판으로, 유럽 축구 선수권 대회와 FIFA 월드컵 등에서 주심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클래튼버그 심판은 테일러가 ‘판정의 불문율’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도 유로 2016 때 크로아티아와 체코의 경기 도중 크로아티아의 코너킥 기회 전에 휘슬을 분 적이 있다. 당시 루카 모드리치 선수가 항의했던 걸로 기억한다”며 “그러나 당시 나는 전반전을 종료시킨 것이라 이번과는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월드컵에서는) 한국이 가나를 상대로 코너킥을 하기 전에 테일러 주심이 경기 종료 휘슬을 불어 추악한 장면을 만들어냈다”며 “심판들은 공격 상황에서는 경기를 끝내지 말 것을 교육받는다. 코너킥은 그(공격 상황) 연장선으로, 한국은 추가시간 동안 충분히 세트피스를 처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테일러 심판은 한국과 가나의 경기 후반전 추가시간에 한국팀에 코너킥 기회가 주어졌지만 경기 종료 휘슬을 불었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을 비롯한 선수들이 심판에게 항의했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한국팀 파울루 벤투 감독까지 경기장으로 뛰어나와 심판에게 항의했다.
이어진 항의에 테일러 심판은 판정 번복 대신 벤투 감독에게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퇴장 당한 벤투 감독은 결국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벤치를 지키지 못한 채 관중석 신세를 졌다.
테일러 심판의 판정 시비는 이뿐만이 아니다. 벨기에의 16강 진출이 걸린 크로아티아와의 3차전 조별경기에서도 추가시간을 약 10초 남기고 경기 종료 휘슬을 불어 원성을 샀다. 경기는 0-0으로 끝났고 벨기에는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테일러 심판이 활동하는 EPL에서도 여러차례 판정 시비가 있었다. 2019년 12월 토트넘과 첼시 경기에서 손흥민이 상대 선수와 경합 이후 발을 들어 올리는 동작을 두고 레드카드를 꺼내 3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는데, 손흥민이 비신사적 행동을 했다고 판단하기에 애매할 뿐더러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선수들에게 레드카드를 꺼내지 않아 판정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이번 시즌 초반인 지난 8월 토트넘과 첼시의 대결에서 두 팀 감독 모두에게 레드카드를 내밀었다가 토마스 투헬 첼시 감독으로부터 “테일러 심판이 첼시전을 맡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